[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70)
큰딸은 3년 전에 결혼해 외손주가 있고, 미혼인 아들이 있지만, 대학교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다. 동갑내기 아내는 영어 선생으로 재직 중인데 앞으로 3년은 더 근무할 수 있다. 50대 초반에 퇴직한 민간기업에 근무하던 친구에 비해 행복하다는 생각이다. 일과 관련해 지금 준비하는 것이 있으니 열심히 하면 될 것 같다. 그래도 퇴직 후에 어떻게 지내야 할지, 특히 경제적인 부분이 왠지 모르게 걱정된다.
곰곰이 퇴직 후 생활비를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큰 비용이 필요했다. 기본적인 생활비 이외에도 퇴직 후에 본인이 그렇게 원하던 벤츠를 사고, 1주일에 두 번 정도 골프도 즐기고, 분기에 한 번씩은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싶다. 또 3년 전에 딸이 결혼할 때 받은 부조금이 있으니 받은 것을 갚고, 앞으로 아들 결혼식도 있을 것이니 지인들 경조사에 부조금도 넉넉히 내야 하고…. 이렇게 계산해보니 생활비가 월 700만 원은 필요했다.
부인과 이에 대한 고민을 함께 이야기했더니 의외로 준비한 것이 많았다. 먼저 김 씨의 국민연금을 확인하니 63세에 월 160만 원을 수령이 가능하다. 부인의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도 역시 퇴직 시점인 62세에 월 350만 원을 수령할 수 있다. 부부가 각각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가입했던 연금저축상품에서 각각 40만 원씩 총 80만 원을 퇴직 시점부터 연금으로 수령이 가능했다. 여기에 그동안 투자했던 오피스텔과 상가에서 120만 원씩 월세가 들어오고 있으니 매월 710만 원의 고정수입이 예상되었다. 김 씨는 그동안 참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건강관리를 잘해서 앞으로 멋진 삶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이 사례자의 경우처럼 은퇴 후에 안락하고 여유 있는 생활을 꿈꾸고 있다. 또 크게 낭비하지 않았고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노후준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후준비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은 은퇴 이후 적정 생활비로 250만 1000원을 예상했으나 57.1%가 현재 준비 수준으로는 노후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나타났다. 막연하게 노후 월 250만 원을 생각하고 있으나, 절반 이상의 은퇴자가 원하는 생활비를 확보하지 못했고, 이들의 부족 자금을 계산해 보니 평균 4억 1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사람이 노후생활비와 관련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생각만 하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국민연금을 수급하는 은퇴자가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조사했더니 놀랍게도 현역시절과 비슷한 소비수준을 유지한다는 응답자는 100명 중 한명도 안 됐다. 0.6%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절반(48.6%)이 생활소비 수준이 현역시절 대비 50% 미만으로 줄었고, 15.8%는 30% 미만으로 줄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현역시절 상류층이었던 은퇴자의 열 명 중 여덟 명(81.3%)이 중산층으로 떨어졌으며, 6.3%는 저소득층으로 이동했다고 느꼈다. 은퇴 후에도 상류층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사람은 열 명 중 한명에 불과했다. 중산층은 역시 네 명 중 한명(25.9%)이 저소득층으로 이동했다고 응답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은퇴자는 그렇지 않은 은퇴자에 비해 생활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