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미 풀풀 나게 만드는 옛 그림 설명법 셋
신윤복의 「계변가화」라 불리는 이 그림은 시냇가에서의 한 장면이다.
세 여인은 빨래하고 있는데, 이 냇가의 평온을 깨트리는 이가 있으니 바로 홀연히 등장한 선비 되시겠다.
선비의 저 매서운 눈빛을 보라. 그 시선을 따라가 보면, 길을 가던 중 고개를 돌려 냇가의 여인들, 그중에서도 머리를 땋고 있는 젊은 처녀를 보고 있다.
이 처녀 역시 은근슬쩍 선비를 곁눈질하고 있다. 볼에 띈 홍조에서 처녀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 젊은 남녀가 이 그림의 주연같지만,, 실은 남은 두 사람이 바로 이 그림의 백미다.
빨랫감을 털면서도 시선은 이 처녀의 쪽을 향해 있는, 이 여인.
무엇인가가 몹시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여인은 바로 이 처녀의 어머니 되겠다. 표정에서 어미의 속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낯선 남자와 이 상황에 눈빛 교환이라니…’
그럼 방망이질에 여념 없는 남은 한 여인은? 이미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있어 청춘의 설렘은 옛일이 되어버린 며느리가 아닐까.
2. 현대와 비교한다.
정선의 「양화환도」라고 불리는 이 그림. 직역하면 ‘양화나루에서 배를 부르다’란 의미다.
지금이야 다리를 이용해 한강을 건널 수 있지만, 조선 시대에는 이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건너야 했다.
나귀를 탄 선비 뒤로 보이는 불끈 소아 오른 봉우리, 이 봉우리가 바로 신선들이 내려와서 놀았다는 선유봉이다.
올림픽대로가 놓이면서 섬으로 바뀌어 선유도가 된, 양화대교를 건널 때면 지나치게 되는 선유도공원이 된 그 선유도다.
저 멀리 버드나무 우거진 언덕 뒤로 언뜻 기와지붕이 보이고 그 오른쪽 뒤로는 바위 절벽이 우뚝 솟아 있는 이곳은, 누에고치 머리처럼 생겼다 해서 잠두봉이라 불렸고, 지금은 천주교 신자들의 목을 친 곳이라 해서 절두산이라 불리고 있는 곳이다.
이 잠두봉과 선유봉을 잇는 다리가 바로 양화대교다. 양화나루가 양화대교로 바뀌었고, 잠두봉 아래에는 강변북로가, 선유봉 안쪽으로는 올림픽대로가 있다.
기왕 소개했으니, 한 그림 더!
이 그림은 정선의 「압구정」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강변 가운데 바라보는 경치가 으뜸인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림에서도 압구정 오른쪽 언덕 아래로 점점이 박힌 한양 세력가들의 별서가 보인다. 지금은 저 언덕에 아파트가 서 있다.
그림 저 멀리 보이는 소나무는?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 되겠다.
3. 시와 함께 본다.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자들, 이게 바로 시다.
이 그림은 「월하정인」(달빛 아래 정 깊은 사람들)이란 그림이다.
밤 깊은 어느 날, 선남선녀의 데이트 현장이다. 이 두 연인의 그윽하고도 수줍은 눈빛들을 보라.
여기에 신윤복은 이리 시 한 편을 썼다.
月沈沈 夜三更 兩人心事 兩人知
(달빛 침침한 밤 삼경에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안다.)
눈빛만 봐도, 두 사람의 속마음을 누구나 알 수 있게 그려 놓고는 ‘두 사람의 마음을 다른 사람들은 모를 것’이라고 떤 능청이라니...
가히 신윤복만의 19금 위트라 할 수 있겠다.
서양 유명 화가들의 그림만큼이나 알고 보면 재미있는 우리 옛 그림!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위 글은 책
「삶의 쉼표가 되는 옛 그림 한 수저」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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