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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 인터넷, 노화 방지약… MIT 선정 10대 기술

이미행복 2020. 5. 3. 17:50


 

철벽 인터넷, 노화 방지약… MIT 선정 10대 기술 

SKT, 양자암호통신 연구

SKT, 양자암호통신 연구

SK텔레콤 연구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IDQ 한국 지사에서 양자암호통신을 연구하고 있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기술이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불러오면 그 앞에 '혁신'이 붙는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는 해마다 이맘때 '10대 혁신기 '을 선정해 기술전문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발표한다. 
다른 기술 선정과 달리 향후 5~10년 이내 실현 여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공상과학영화보다는 당장 삶을 윤택하게 해줘야 '혁신'이란 뜻이다.

◇해킹 불가능한 인터넷
MIT가 첫손에 꼽은 혁신 기술은 '철벽 인터넷'으로 불리는 양자암호통신이다. 양자는 '에너지를 가진 최소 단위의 알갱이'다. 하나가 동시에 여러 상태를 갖는 '중첩', 짝을 이루는 두 양자가 멀리 떨어져서도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얽힘', 측정 즉시 상태가 바뀌는 '불확정성' 성질을 띤다.

양자암호통신은 '얽힘' 성질로 해독이 불가능하고, 한 번만 해독할 수 있는 일회성 암호난수를 생성한다. 다시 보려 들면 '불확정성' 탓에 정보가 망가진다. 용케 해킹에 성공해도 깨진 정보만 나올 뿐이다.

네덜란드 델프트공대는 세계 최초로 4개 도시를 연결하는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 중이다. SK텔레콤은 2017년 가격을 15분의 1로 낮춘 암호난수 생성칩을 개발했고, KT는 2018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세계 첫 일대다(1:N) 양자암호통신 시험망을 구축했다.

◇초개인화 맞춤 치료
다른 상품처럼 약품도 경제원리로 움직인다. 때문에 환자가 적은 희귀질환은 치료약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그 대안이 전자 맞춤치료다. 발병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교정하거나 지워 치료하는 개념이다. 2016년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유전성 신경퇴행장애 '바텐병'을 앓고 있는 6살 소녀를 위한 임상을 승인했다. 비록 완치되진 않았으나, 발작이 크게 줄었고 걷거나 서는 게 가능해졌다.

◇디지털 화폐

지난해 6월 미국 페이스북이 디지털화폐 '리브라' 발행을 발표해 큰 파장을 불러왔다. 세계인이 애용하는 페이스북이 '지갑' 역할을, 리브라가 기축통화 '달러'를 대신하면 미국의 금융지배력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당장 중국은 위안화 기반의 디지털화폐 발행계획을 발표했다. MIT 테크 리뷰는 "디지털화폐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논평했다.

◇노화방지 약품
젊어지거나 수명이 연장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암이나 치매 등 노화가 원인인 질병의 진행을 멈추거나 아예 치료할 수 있다. 미국 제약사 메이요클리닉은 노화로 축적되는 세포를 제거하는 '세놀리틱스'를 임상 중이고, 미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는 퇴행성관절염 치료제를 올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미 알카헤스트는 젊은이의 혈액에서 추출한 성분을 약품화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막았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분자 탐색

신약 개발에는 평균 3조 원이 든다. 화학자들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10의 60승 개에 달하는 분자 가운데 후보물질을 찾고 검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이 크게 단축된다. 분자 데이터베이스를 학습한 후 무수한 시뮬레이션(가상실험)으로 분자 탐색과 효능 검사를 단시간에 해낸다. 올해 9월 홍콩 인실리코 메디신과 캐나다 토론토 대학이 AI 약품 개발장치를 가동할 예정이다.

◇소형위성 거대 군집시스템

고도 1천km 아래 저궤도에 대량의 소형위성을 띄워 지구 전역에 인터넷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미국 민간우주업체 스페이스X는 지난해 60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로켓 하나에 실어 우주로 보냈다. 올해부턴 2주마다 로켓을 올려보내고 있다. 800기가 넘으면 서비스를 개시하고 1만2천 기를 채우면 극지나 오지에서도 인터넷을 쓸 수 있다. 1957년 스푸트니크 이래 쏘아 올린 위성의 4.5배에 달하는 양이다. 아마존의 자회사 블루오리진도 같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양자컴퓨터 우월

양자컴퓨터의 성능이 기존 슈퍼컴퓨터를 넘어서는 변곡점이다. 지난해 구글은 슈퍼컴으로 1만 년 걸리는 계산을 단 200초 만에 끝낸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슈퍼컴 1위 '써밋'을 보유한 IBM의 반박 속에 사실관계는 규명되지 않았으나, 중요한 이정표임엔 틀림없다는 평가다.

◇초소형 인공지능

컴퓨터, 스마트폰, 자동차 등 어디서나 쉽게 AI를 접하는 시대다. 물론 실제론 각각 AI가 들어있지 않고, 대규모 클라우드(가성 서버)에 저장된 AI를 끌어오는 방식이다. 초소형 AI는 딥러닝(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축소해 각 단말기에 탑재하는 개념이다. 클라우드가 소모하는 엄청난 에너지, 무선연결에 따른 느린 속도, 촘촘한 연결로 인한 보안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난해 구글과 애플은 초소형 AI로 음성인식비서를 가동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차등 개인정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식별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부정확한 정보를 섞어 넣는 기술이다. 이미 미국 인구조사에서 쓰이고 있다. 예컨대 젊은 사람을 노인으로 바꾸거나, 흑인을 백인으로 교체하는 식이다. 애플과 페이스북도 사용 중이다.

◇기후변화 분석기술

지구온난화가 유발한 기후변화는 자연재해 빈도를 점점 늘리고 있다. 세계날씨속성(WWA)에 따르면 이전과 기후가 달라진 지역은 폭풍 횟수가 2.6배, 강도는 28% 늘었다. 이에 기후변화가 어떻게 날씨를 악화시키는지 예측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최근 수년 새 위성으로 얻는 자료가 상세해지고, 슈퍼컴을 이용한 고해상도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지면서 기후변화를 보다 세밀히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