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영수 Han Youngsoo. 서울 명동 Meongdong, Seoul 1956.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한영수 Han Youngsoo. 서울 노들섬 Nodeulseom, Seoul 1958~1963.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한영수 Han Youngsoo. 서울 한강 Hangang River, Seoul 1959.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패션 브랜드 빈폴과 협업한 고 한영수 사진가
6.25 전쟁 이후 서울의 모습 생생히 기록
풍부한 미학과 놀라운 기획력의 구도와 앵글
외국에서 먼저 알아본 한국 대표 사진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빈폴’이 지난달 새로 출시한 티셔츠 프린트 속 사진 풍경들이다. 모두 흑백사진들로 시공간을 가늠할 수 없는 따뜻하면서도 기묘한 분위기다.
요즘 젊은 층을 겨냥하는 패션 상품들은 유행처럼 ‘협업’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개성과 취향이 분명한 젊은 세대의 눈에 지루한 올드 브랜드로 보이지 않으려면 그들이 열광하는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은 필수조건처럼 보인다.

빈폴X한영수 협업 제품

빈폴X한영수 협업 제품
고 한영수 작가의 사진은 6.25 전쟁이 끝난 50~60년대 서울의 풍경이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낯설고 또 낯선 풍경이다. 빈폴은 왜 한영수의 이런 사진을 협업 대상으로 선택했을까.

빈폴X한영수 협업 제품
지난해 로고를 한글 디자인으로 바꾸고 지속가능한 브랜딩을 강화한 빈폴은 1970년대를 키워드로 문화 전반의 모든 이미지를 검색했다. 빈폴 사업부 R&D 팀의 이정림씨는 “그렇게 찾아낸 감도 높은 사진 10장 중 9장이 한영수 작가의 사진이었다”며 “옛날 사진인데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고급스러운 미감과 클래식이라고 할 만한 가치를 느꼈다”고 했다.

ⓒ한영수 Han Youngsoo. 서울 Seoul. 1956~1963.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99년 작고한 한영수의 흑백사진 필름을 정리하고 세상에 그의 다큐멘터리 사진들을 소개한 사람은 딸이자 한영수문화재단의 대표인 한선정씨다. 서울에서 사진을 전공한 후 헝가리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지금까지 혼자서 『서울 모던 타임즈』(2014), 『한영수 : 꿈결 같은 시절(2015)』, 『시간 속의 강』(2017) 세 권의 사진집을 출판했다.
뉴욕 ICP 마나 컨템포러리 갤러리에서 한국 사진가로는 처음으로 한영수 개인전이 열렸던 것도 한 대표의 노력의 결실이다. 월간 사진은 “당시 뉴욕의 사진 관계자들은 한영수의 작품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데이비드 시무어, 마크 리부 등 매그넘 작가들의 작품을 연상시킨다며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현재 한영수의 사진은 LA의 유명 현대미술관 라크마에도 영구소장 돼 있다.

ⓒ한영수 Han Youngsoo. 서울 Seoul 1956-1963.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한영수 Han Youngsoo. 서울 명동 Meongdong, Seoul 1956-1963.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한 대표는 “아버지의 사진은 전후의 어렵고 힘든 시절이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서 새롭게 인생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즐겁게 뛰어 노는 아이들, 잘 차려 입은 멋쟁이들, 자신의 생업에 열심인 길거리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또 다른 생명력을 발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영수 Han Youngsoo. 서울 소공동 Sogong-dong, Seoul 1959.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한영수 Han Youngsoo. 서울 한강 Hangang River, Seoul 1956~1963.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한영수 Han Youngsoo. 서울 마포 Mapo, Seoul 1958.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한영수 Han Youngsoo. 서울 명동 Meongdong, Seoul 1958.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한영수 Han Youngsoo. 서울 소공동 Sogong-dong, Seoul 1956~63.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한영수의 사진이 귀하고 또 고마운 건 바로 이런 시선 때문이다. 6.25 전쟁이라는 끔찍한 사건으로 모든 삶이 무너졌지만 사람들은, 젊은이들은 다시 한 번 힘을 낸다. 그들이 한껏 멋을 부리고 사랑을 하며 자신들의 청춘을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를 남겨준 것이다. 심지어 당시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놀라운 구도와 앵글로 서울 멋쟁이들의 모습을 세련되게 담아냈다. 사보이 호텔 건물 구멍 사이로 보이는 커플의 모습은 손에 든 한약재 꾸러미만 아니라면 유럽의 어느 도시 풍경이라 해도 믿을 만큼 미학적이고 모던하다.

ⓒ한영수 Han Youngsoo. 서울 을지로1가 Euljiro 1-ga, Seoul 1956~63.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한영수 Han Youngsoo. 서울 명동 Meongdong, Seoul 1958.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빈폴X한영수 협업 제품. 티셔츠 뒤에는 고 한영수 사진가의 연대기와 주요 작품이 프린트 돼 있다.
한선정 대표는 “원로 작가의 사진인 데다 흑백사진이고 배경은 50~60년대.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현대 패션 브랜드가 이런 사진들을 선택해서 협업한 것은 국내에선 첫 시도여서 모든 게 쉽진 않았을 것”이라며 “그래도 최선을 다해 작가의 작품을 존중하고 새로운 기획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현재 위축돼 있는 다큐 사진가들에게 큰 용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