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다양한 장르의, 경연 중심 음악 프로그램이 꾸준히 인기다. 인기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우선 치열한 경쟁과 더불어 함께 울고 웃는 우리 인생의 축소판 같은 스토리텔링에 감동이 있다.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 무대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는 노래가 진한 감동을 준다. 또 서로 보이진 않지만 같은 노래를 듣고 있다는 느낌이 마치 콘서트장에 함께 있는 듯이 생각하게 한다. 시청자들 마음 사이에 따뜻한 공감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요즘 대세는 '트로트' 아닌가 싶다. 아홉 살 트로트 소년의 노래가 심금(心琴), 즉 마음의 거문고를 울리는 상황이다. 심금에는 거문고의 줄이 탄성을 유지해야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것처럼 우리 삶도 균형이 잡힐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단 의미가 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음악이 우리 가까이 존재한 것은 고달픈 삶에 지친 몸과
마음에 균형을 잡아주는 위로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거꾸로 보면 음악 없이는 살기 어려운 고달픈 인생이기도 한 셈이다.
치매는 아니지만 건망증이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분이 많다. 내가 느끼는 건망증을 '주관적 기억력 감퇴'라고도 하는데 우울 같은 심리적 불편함을 함께 가져오기도 한다. 한 치매 전문 학술지에 실린 연구 결과인데, 50세 이상 주관적
기억력 감퇴로 고생하는 분들께 12주간 12분씩 음악 듣기를 시행했더니 스트레스도 덜 받고 우울과
불면, 그리고 건망증도 호전되었다고 한다. 음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운동이나 다이어트보다는 손쉬운 생활요법이다.
음악을 마음 치료에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심상 음악 치료(guided imagery and music)는 음악을 통해 긴장 이완을 증진하며 특정한 음악을 감상할 때 경험하는 여러 이미지와 느낌을 표현하고 소통하면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탐구하도록 한다. 오래되고 소중한 친구인 만큼 음악은 강력하게 뇌를 자극한다.
어떤 음악이 힐링에 좋을까. 클래식 음악을 음악 치료에 많이 활용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강력한 록음악이나 꺾임이 있는 트로트가, 또 때론 힙합이 힘이 될 수 있다. 하루 10분 정도 짬을 내어 나를 위한 '셀프 DJ 되기'를 권해
드린다. 우선 오늘 듣고픈 곡 하나를 선택한다. 조용히 음악을 들어도 좋고 산책하며 음악이 주는
심상과 경치를 함께 느껴도 좋다. 가사가 있는 곡이라면 쉽게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 모든 가사는 시다. 음악과 함께 시를 느끼는 것은 직접 만질 수 없는 뇌를 기분 좋게 마사지해주는 방법이다.